
'동네한바퀴' 이만기가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메타세쿼이아길, 다문화마을 인도네시아 현지 식당, 그리고 101년 역사의 동춘서커스를 만나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이자, 경기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안산시는 갯벌과 섬, 간척지가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을 품은 생동감 넘치는 도시다. 짠내 나는 바다와 거친 땅이 익숙했던 도심의 이면에는 묵묵히 땀방울을 흘리며 자신만의 소중한 삶의 터전을 일구어가는 정겨운 이웃들의 온기가 깊게 배어 있다.

모진 겨울의 추위를 묵묵히 이겨내고 기어이 찬란한 꽃을 피워내는 자연의 섭리처럼, 저마다의 굳건한 자리에서 희망찬 새봄을 일으켜 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따사로운 봄기운이 온 세상을 덮기 시작하는 계절의 문턱에서, KBS 1TV '동네 한 바퀴' 366회는 과거와 현재가 역동적으로 공존하는 안산의 숨은 명소와 따뜻한 이웃들을 찾아 나선다.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간척지에 뿌리내린 생명력, 봄바람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광활한 대부도 외곽, 간척사업이 여전히 쉼 없이 진행 중인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에는 무려 3.5km 구간을 따라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어 오른 메타세쿼이아 1,200그루가 거대한 숲길을 이루고 있다. 사람의 손으로 직접 바다를 메워 만든 척박한 땅 위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굳건히 뿌리를 내린 이 나무들은, 혹독한 시간을 버텨낸 끝에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과 정취를 방문객들에게 아낌없이 선물한다.

이곳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거친 바다 바람을 털어내고 새로운 희망을 틔우는 시민들에게 생생한 자연의 숨결이자 편안한 쉼표를 제공하는 소중한 쉼터다. 이 아름다운 경치를 온몸으로 만끽하기 위해 바이크에 올라탄 동네지기 이만기는 따사로운 봄바람을 가르며 탁 트인 풍경 속으로 내달린다. 매일같이 늘어선 나무 사이를 누비며 무한한 생명력을 증명해 내고 있는 풍경 속에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안산 한 바퀴의 시작을 힘차게 열어본다.

마화(꽈배기)·량피, 한국 속 작은 지구촌, 100여 개국의 언어가 섞이는 이국적인 미식 여행

거리에서 만난 중국 간식 '마화(麻花)'는 성인의 팔뚝만 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특대 꽈배기로 시선을 훔치고, 양장피의 원조라 불리는 '량피(涼皮)'는 쫄깃한 면발에 고추 양념과 고소한 땅콩 소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입안 가득 강렬한 이국의 풍미를 전한다. 저마다의 애환을 품은 채 타국에 정착한 이웃들이 정성껏 고향의 맛을 재현하며 잃어버린 향수를 채우는 모습을 보며, 비행기 한 번 타지 않고도 지구촌 곳곳을 누비는 완벽한 마법 같은 미식 여행을 만끽해 본다.

나시고랭 이조(볶음밥)·아얌 바카르(닭구이) 인도네시아 식당, 자바섬의 음식과 기억을 간직한 고향의 맛, 율리 씨의 뚝심 있는 인생 2막
화려하고 북적이는 다문화마을 골목 안. 이곳 주민들과 이방인들 사이에서는 무조건 한 번쯤 거쳐 가야만 하는 성지 같은 식당이 존재한다. 인도네시아 현지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율리 씨의 정겨운 식당이다. 20여 년 전, 작은 희망을 품고 섬유공장 노동자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았던 그녀는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고 든든한 한국인 남편과 아들을 둔 영주권자가 되었다. 자바섬에서 여덟 시간이나 떨어진 타향살이의 짙은 외로움을 달래준 건 다름 아닌 고향의 밥 한 숟갈이었다.

매일매일 정성 가득한 손맛으로 고향의 향수를 보글보글 요리해 내는 이곳의 시그니처는 고추를 다져 넣은 볶음밥 ‘나시고랭 이조’와 특제 소스를 발라 구워낸 닭구이 '아얌 바카르'다. 낯설고 혹독했던 초창기 타국 생활의 시련을 함께 버텨내 준 고마운 동향 사람들과 손님들에게 한 끼라도 더 든든하게 먹이고 싶은 마음에, 율리 씨는 오늘도 여전히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넉넉한 인심을 듬뿍 담은 따뜻한 식탁을 차려낸다.

도심 속 다이아몬드 광장, 잊혀진 어린 시절의 염원을 하늘에 띄우다
안산 시민들의 활기찬 쉼터이자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선부역을 육각형 모양으로 넓게 둘러싼 선부광장. 자동차 소음과 낡은 건물, 화려한 간판 같은 시각적 풍경을 잠시 접어두면 시민들의 평화로운 휴식이 쉴 새 없이 등장하는 거대한 열린 무대가 나타난다. 탁 트인 이 광장 한편에서는 어릴 적 순수했던 향수를 자극하는 전통 방패연을 직접 만들어 파란 하늘 높이 띄워 올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이 마음에 품었던 소박한 염원을 그대로 연줄 삼아 하늘에 완성하는 이들의 모습은 각박한 생계 속에서도 결코 잃지 않은 희망의 끈을 보여준다. 바람의 흐름을 읽고 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놀라운 고수의 기술에 눈을 뗄 수 없는 동네지기 이만기. 높이 날아오르는 연꽃 같은 방패연을 좇으며 지나간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거인의 숨결처럼 따뜻하게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잠시 발걸음을 멈춘 채 벅찬 가슴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1,200도의 뜨거운 열정이 빚어낸 예술! 빛과 유리가 만난 환상의 공간
대부도 남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조용한 길을 걷다 마주친 이국적인 분위기의 거대한 예술 공간. 평범하고 조용한 동네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과거 소금이 쏟아지던 염전 부지를 창조적으로 재생해 만든 세계적인 유리 박물관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1,200도가 넘는 펄펄 끓는 가마 불 속에서 영롱하게 피어나는 다채로운 유리 우주꽃부터,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를 정교하게 재현한 놀라운 유리공예 작품까지 파격적인 예술품들이 쏟아진다.

이 거대하고 독특한 박물관을 일궈낸 백발의 김동선 관장은 평생 썩지 않는 유리의 영원성에 푹 빠져 전 세계인이 찾는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도전에 나섰다. 모든 시간과 열정, 그리고 전 재산까지 주저 없이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인생 2막의 열정적인 불꽃을 피워냈다. 동네지기 이만기는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직접 유리를 녹여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보며, 멈추지 않는 한 남자의 화끈하고 숭고한 예술혼이 담긴 따뜻한 공간을 깊이 체험한다.

광어회·칼국수 독살 어업, 바다의 곳간을 지키는 넉넉한 인심, 전통 방식으로 길어 올린 생태 놀이터
자연의 섭리에 의지해 밀물과 썰물의 흐름을 교묘하게 이용, 거친 바다 한가운데 돌담을 쌓아 고기를 가두어 잡는 지혜로운 전통 어업 방식 '독살'. 시화방조제의 거대한 건설로 인해 한순간에 잃어버릴 뻔했던 오랜 어촌의 뼈아픈 전통을, 흘곶마을 어촌계 주민들이 끈질긴 인내와 위로의 마음으로 합심해 기적처럼 되살려냈다. 이제는 철마다 다른 고기가 풍성하게 잡히는 생태 놀이터가 되어 주말마다 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찬 치유의 공간이 되었다.

상실의 아픔을 딛고 협동의 힘으로 마을의 소중한 명맥을 지켜낸 이웃들. 그들이 돌담 안에서 직접 잡아 올린 싱싱한 자연산 광어회와 서해의 거친 조류를 견뎌낸 '갓굴'을 듬뿍 넣고 끓여낸 칼칼한 고추장 칼국수는 메마른 마음마저 달래는 감동적인 맛을 뽐낸다. 평생을 거친 바다와 함께 살아온 흘곶마을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 속에서, 얼어붙은 땅을 뚫고 돋아나는 제철 맞은 봄 바다의 따뜻한 위로와 눈부신 선물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동춘서커스, 101년간 지켜온 한국 서커스의 뿌리, 숱한 시련을 이겨낸 기적의 무대
1925년에 처음 창단해 올해로 무려 101주년을 맞이한 동춘서커스는, 한때 전국 방방곡곡을 화려하게 누비며 까다로운 관객들의 발길을 꽉 붙잡았던 우리나라 최초의 전설적인 극단이다. 22살의 어린 나이에 입단해 평생을 서커스 현장의 땀방울과 함께해 온 박세환 단장은, 극단이 가혹한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모든 것을 걸고 극단을 인수해 묵묵히 명맥을 지켜냈다.

가장 춥고 외로운 시절을 단원들과 함께 묵묵히 견뎌낸 그는 끝이 보이지 않던 유랑 생활을 2011년 대부도의 상설 공연장에서 마침내 끝맺었다. 거센 태풍과 매서운 눈보라 속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았던 이들의 눈물겨운 불빛은 이제 대를 이어 희망찬 100년을 새롭게 꿈꾸고 있다. 낯선 타국 생활 같은 험난한 시간을 기적처럼 이겨낸 곡예사들이 틈틈이 관객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펼치는 아찔한 무대는 깊은 뭉클함을 안겨준다.

얼어붙었던 들녘엔 어느새 따스한 봄이 찾아오고 만물을 비추는 햇볕은 한결 도타와졌다. 낮의 길이가 밤보다 길어진다는 춘분마저 조용히 지나간다. 얼어붙은 갯벌과 땅을 뚫고 나에게로 다가온 새봄을 마치 운명처럼 겸허히 맞이하며, 저마다의 척박한 자리에서 꿋꿋하게 생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동네 한 바퀴' 366회 '매일매일 새롭다 – 경기도 안산시' 편, 방송 시간은 18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이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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