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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를 기다리며’ 이엘, 짠한 언니 모먼트

이다미 기자
2025-12-15 1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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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를 기다리며’ 이엘, 짠한 언니 모먼트 (제공: JTBC)

배우 이엘이 섬세한 온도차 연기로 서사를 장악했다.

JTBC 토일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에서 자림 어패럴 대표이자 서지우(원지안 분)의 언니 서지연 역을 맡은 이엘은 동생을 향한 따뜻한 애정, 회사 대표로서의 냉철한 판단, 엄마 앞에서 드러나는 흔들리는 감정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캐릭터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지난 주말 방송된 ‘경도를 기다리며’ 3~4회에서는 서지연의 부탁으로 서지우의 영국행을 막은 이경도(박서준 분)의 모습과 함께 두 사람의 과거 첫 번째 이별이 그려졌다. 지우의 집안 배경이 밝혀지며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이 커지게 된 것.

이때 서지연의 ‘언니 모먼트’가 돋보였다. 이경도와 서지우의 불편한 만남을 누구보다 빠르게 눈치채고, 놀란 지우를 레스토랑 룸 밖으로 불러내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묵묵히 기다리며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동생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이엘의 디테일한 눈빛 연기가 서지연의 다정한 면을 고요하게 드러냈다.

이후 회사에서의 서지연은 한층 냉정한 CEO의 얼굴을 보여준다. 자신의 병을 이용해 자림 어패럴을 팔아치우려는 남편 강민우(김우형 분)의 속내를 알게 된 후에도 즉각적인 폭발 대신 차분히 상황을 지켜보며 판을 읽어 나간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 단정하게 앉아 있지만, 잠시 멈추는 호흡과 굳게 다문 입술, 억눌린 분노를 담은 눈빛으로 고요한 카리스마를 완성하는 것과 동시에 회사와 지우를 함께 지키려는 서지연의 전략가적인 면모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그런가 하면 4회에서는 감정선이 한층 끓어오른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를 찾아간 서지연은 그동안 마음 한구석에 눌러두었던 비밀에 얽힌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지우에게 엄마 노릇해야지”라고 부탁한다. 동생에게 다 건네주지 못한 사랑과 미안함, 엄마를 향한 책망이 뒤섞인 장면.

이엘은 울음을 참아내려는 듯 목소리를 눌러 담다가도 문장 사이사이 끊기는 호흡과 떨리는 눈빛으로 억누르던 감정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과장된 오열 대신 차분하게 무너지는 딸의 얼굴로 폭발 직전까지 쌓아 올린 감정의 무게를 현실감 있게 완성했다.

이처럼 이엘은 동생을 향한 깊은 애정을 가진 언니부터,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차가운 CEO, 엄마의 비밀을 안고 있던 딸까지, 서지연이라는 인물 안에 공존하는 결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고요하고 차분한 카리스마로 인물의 중심을 잡으면서도, 디테일한 눈빛과 감정 온도차를 통해 서사를 촘촘히 채워 넣은 이엘의 연기는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한편, JTBC 토일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는 매주 토요일 밤 10시 40분,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이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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